눈 내린 산모퉁이를 돌아 열차 한 대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최후 승리’라는 푯말을 정면에 위용 있게 써 붙이고 산자락을 휘감아 돈다.
‘제2의 천리마 대진군’ 호라고 쓰인 기관차 옆에 빨간색 글귀가 눈에 띄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보내주신 선물기관차(주체 88)’라고 쓰였다.
지금 2019년이 주체 108년이니, 주체 88년이면 20년 전에 김정일이 선물로 보내주었다는 기관차다.
20년 동안 3대 혁명 승리를 위해 달리며 ‘영예상’을 수상했다는 푯말이 기차를 장식한다. 열차박물관에나 있을법한 낡은 기관차가 여전히 ‘최후 승리’를 향해 달리며 ‘제2의 천리마 대진군’을 외쳐댄다.
고난의 행군 시절, 기차 빵통 위에라도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던 사람들. 영예상을 수상했다는 저 기관차 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까….
‘제2의 천리마 대진군’이라는 외침은 낡은 기적 소리에 파묻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기차 하나에도 혁명을 실어야 하는 사람들….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어제의 오늘을 근근이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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